한국을 떠나는 백만장자들

지금, 한국의 부는 '조용히' 국경을 넘고 있다!
고액 자산가, 이른바 백만장자들이 빠르게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국외 이민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자본과 인재가 한국을 이탈하는 구조적 흐름이며, 그 배경에는 경제 제도, 조세 체계, 교육·투자 환경 등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투자이민 전문 컨설팅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부의 이동 보고서(Henley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5)' 는 이러한 현실을 통계로 증명합니다.
올해 한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백만장자 수는 무려 2,400명,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4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한국보다 더 많은 백만장자가 떠나는 국가는 영국(1만 6,500명), 중국(7,800명), 인도(3,5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고액 자산가의 이탈이 최근 3년 동안 약 6배 급증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로 인해 유출된 자산 규모는 약 152억 달러(한화 약 20조 6,000억 원) 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단지 '사람'이 아닌 '부(富)' 자체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미래 세수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경제는 결국 자본의 흐름에 따라 움직입니다. 고액 자산가의 이탈은 소비 감소, 투자 위축, 부의 축적 구조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성장 동력 자체를 약화시킵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거주 이전을 넘어 투자 자산, 법인, 자녀 교육 등 모든 자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경향이 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패키지 탈출'은 국가의 중산층 이상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입니다.
한국 백만장자들의 탈출은 단순히 '더 좋은 날씨'나 '삶의 질'을 찾아가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높은 세금, 투자 제한, 자녀 교육 여건 악화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중첩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정책 방향이 자주 바뀌고, 정부의 경제 전략이 장기적인 일관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자산가들에게 '불안'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정권 교체와 함께 반복되는 조세 및 규제 환경 변화는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자산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
한국의 상속세는 최고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상속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부담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이주’라는 대안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특히 가업을 승계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창업 1세대들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 사업 승계에 대한 압박과 고령화
한국의 기업인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가업 승계를 둘러싼 세제 부담은 실질적인 '해외 이주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이민 전문 로펌과 컨설팅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고령 사업가들의 투자이민 및 세컨드 시티즌십(제2국적) 상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4. 세제 경쟁력 저하
해외에서는 자산가 유치를 위해 다양한 조세 혜택과 이민 우대 제도를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포르투갈, 몰타,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은 세제 혜택과 신속한 투자자 영주권 제공을 통해 글로벌 자산가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자산가에게 불리한 세금 구조, 자산 규제, 투자 제한 등으로 '기피 대상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5. 자녀 교육과 글로벌 기회
자녀의 미래를 고려한 해외 이주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국내 교육 제도의 과도한 경쟁, 대입 부담, 입시 불확실성은 부모 세대에게 “해외 교육으로 대안을 찾겠다”는 결정을 이끌어냅니다. 이로 인해 교육 목적의 이민이 자산 이동과 결합되며 가족 단위의 부(富)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액 자산가의 이탈은 단순히 고소득자의 유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들은 기업의 오너, 투자자, 고용 창출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금과 경영 의사결정이 국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경제의 성장 기반이 약화되고, 투자 유입도 둔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세금 측면에서는 이들의 소득세·법인세·상속세 등 직·간접 세원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부의 이탈'을 막기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할까요?
국제 기준에 맞는 상속·증여세 제도 개선, 기업 승계에 대한 세부담 완화 및 인센티브 강화, 투자자 유치를 위한 조세·행정환경 정비, 글로벌 교육 인프라 확충 및 유학 대안 마련 등 궁극적으로 한국은 이제 부의 유출을 감시할 것이 아니라, 부가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