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대학생들이 꼽은 '좋아하는 외국인'

1963년 6월 24일 자 경향신문에는 당시 한국의 남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인식 조사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으로는 독일인이 1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를 미국인과 영국인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독일인은 1955년 조사에서 3위였던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독일인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고 무엇보다 전후 독일의 눈부신 경제 부흥이 한국 청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은 단순히 전범국이 아니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근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서양인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평화롭고 치밀하며 섬세하고, 근면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 집단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23%는 흑인에 대해 ‘야만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당시 한국 사회에도 뿌리 깊은 인종적 고정관념과 차별 의식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는 소련이 꼽혔습니다. 이는 냉전 시대의 국제 정세와 반공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반감의 반영으로 해석됩니다. 전체적으로 이 조사는 1960년대 초반 한국 청년들의 세계 인식과 외국인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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