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는?
부의 흐름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정치·문화·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지만 자산이 모이는 도시는 늘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가 어디에서 돈을 벌고 어떤 도시는 더 많은 부자를 끌어들이는지 살펴보면 글로벌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보입니다.
국제 자산 및 투자 이주 컨설팅 기업 Henley & Partners가 글로벌 데이터 분석 회사 New World Wealth와 공동으로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보고서 2025'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부의 중심지였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전 세계 상위 50위 부유 도시 중 11곳이 미국 도시로 단일 국가 기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부유한 도시 1위는 뉴욕입니다. 미국의 금융 수도인 뉴욕에는 자산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을 보유한 백만장자 38만 4,500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억 달러 이상 자산가는 818명, 10억 달러 이상 초고액 자산가도 66명에 달해 글로벌 자본과 금융 인력이 집중돼 있는 도시입니다. 뉴욕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자산 허브이자 금융 자본의 최종 집결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위는 베이 에어리어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이 지역에는 백만장자 34만 2,400명과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82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지난 10년간 백만장자 수가 무려 98%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전통 금융 중심지인 뉴욕과 달리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주식·지분 자산을 통한 부의 폭발적 증가가 베이 에어리어를 글로벌 자산 중심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베이 에어리어보다 더 가파른 도시들도 존재합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백만장자 증가율을 기록한 도시는 중국의 선전으로 무려 142% 성장률을 보이며 현재 5만 800명의 백만장자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어 항저우가 108% 성장률(3만 2,200명)로 뒤를 이었고 두바이 역시 102%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부상한 도시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두바이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 도시입니다. 현재 8만 1,200명의 백만장자가 거주하는 두바이는 단 1년 만에 21위에서 18위로 순위가 상승하며 글로벌 부자들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습니다. 낮은 세율, 개방적인 투자 환경, 자산 친화적인 정책이 고액 자산가들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의 주요 금융 도시로 평가받아온 서울은 다소 아쉬운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작년 19위에서 올해 24위로 하락하며 상위 50위 도시 중 가장 큰 순위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백만장자 6만 6,000명, 1억 달러 이상 자산가 148명,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16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자산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지만 글로벌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성장 속도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어떤 산업이 부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도시가 자산가들에게 선택받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지역의 매력이 약화되고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금융의 뉴욕, 기술의 베이 에어리어, 고속 성장의 중국 도시들, 그리고 자산가 유입에 성공한 두바이까지—부의 중심은 고정돼 있지 않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순위는 현재의 부뿐 아니라 미래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