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체 출생아 수 역대 최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오랫동안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 왔습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나라"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회자될 만큼 저출생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구통계에서 오랜 침체 속 희망적인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9.4%나 증가하며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입니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6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증가율이자, 상반기 전체 출생아 수 역시 7.4% 늘어나며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습니다. 저출생 위기의 그늘 속에서 한국 사회가 오랜만에 마주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이번 출생아 수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출산 가능 인구의 확대입니다. 2020년 6월 151만 8천여 명이던 3034세 여성 인구가 올해 6월에는 165만 6천여 명으로 약 9% 늘었습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출생)의 자녀 세대가 본격적으로 주 출산 연령대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한 ‘출산율 회복’이라기보다 출산이 가능한 인구 집단 자체가 증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효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혼인 건수의 증가입니다.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연속 혼인 건수가 늘고 있으며 올해 6월 혼인 건수는 1만 8,487건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9.1%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전체 혼인 건수 역시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혼인의 증가는 곧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출생아 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인 증가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30대 초반 인구의 확대, 둘째는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셋째는 각종 정책적 지원입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혼인 건수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대전시가 도입한 ‘결혼 지원금 500만 원’ 정책은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면서 혼인 증가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분만 예정자 수는 30만 4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 출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약 2만 명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러한 증가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출산 가능 인구의 일시적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이 사라지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수치가 장기간 이어진 저출생 추세 속에서 한국 사회가 마주한 반가운 변화라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인구 통계의 변화를 넘어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