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중심의 탈 제주 현상

'살고 싶은 섬'에서 '떠나는 섬'으로

한때 제주는 이른바 '제주 이주 열풍'과 '한 달 살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순유입 인구가 급증하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삶을 찾아 몰려들던 이들로 인해 제주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향을 등지는 이른바 '탈(脫)제주' 현상이 깊어지면서, 지역의 생동감과 성장 동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노동력이자 경제활동의 주축인 청년들이 제주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호남지방데이터청의 최신 인구이동 통계는 제주가 겪고 있는 인구 문제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청년들은 왜 '힐링의 섬' 제주를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취업과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이동 사유와 주요 통계 수치를 통해 제주 인구 유출의 현실과 그 배경을 살펴봅니다.

'탈(脫)제주' 현상의 통계적 실태 분석

① 심화되는 인구 순유출과 전국 상위권의 유출률

호남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2025년 호남·제주지역 국내인구이동 현황」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주를 떠나 타 시도로 이동한 전출 인구는 3만 2,609명에 달했습니다. 반면 타 지역에서 제주로 들어온 전입 인구는 2만 8,336명에 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들어온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4,273명 더 많은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년도 순유출 규모(3,361명)와 비교했을 때 불과 1년 만에 유출 인원이 912명(약 27.1%)이나 증가한 수치로 인구 이탈의 가속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유출 규모는 지역 인구 규모를 고려한 '순유출률' 지표에서 더욱 도드라집니다. 제주의 순유출률은 -0.64%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광주광역시(-0.98%)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②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기, 20대의 치명적인 이탈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청년층의 인구 유출입니다. 연령대별 인구 이동 현황을 보면, 특히 20대가 제주를 떠나는 비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제주가 젊은 인재들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대 순유출률 -3.2%: 이 수치는 호남·제주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20대에서만 총 2,198명이 순유출되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감소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20~24세의 급락 (-5.1%): 20대 중에서도 대학 진학과 첫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는 20~24세의 순유출률은 무려 -5.1%에 달했습니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많은 청년들이 제주에 정착하기보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10세 미만 아동의 경우 0.1%의 미미한 순유입을 기록하며 일부 젊은 가족층이 제주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자라나는 시기인 10대는 -1.5%, 청년 경제활동인구인 30대는 -0.3%의 순유출을 기록해 전반적인 청년 및 경제활동인구의 이탈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연령대별 순유출률 및 인구 증감

인구 이동의 경로와 근본적인 원인

① 거대한 블랙홀, '수도권' 중심의 이동

제주를 떠난 사람들의 행선지는 대부분 수도권이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1만 8,275명으로, 전체 전출자의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수도권에서 제주로 들어온 인구는 1만 6,368명에 그쳐, 수도권과의 인구 이동만 놓고 보면 1,907명이 순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디로 가장 많이 떠났는지 살펴보면 서울이 전체 전출 지역의 2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경기부산 이었습니다. 반대로 제주로 유입된 인구도 경기, 서울, 부산 순으로 많아 제주와 수도권 사이의 인구 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제주를 떠나는 사람도 제주로 들어오는 사람도 수도권과의 이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아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② "먹고살 길과 배울 기회가 없다"…직업과 교육이 핵심

청년들이 정든 고향과 섬을 등지고 수도권 1인 가구의 삶을 택하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이동 사유를 조사한 결과 시도 간 전출 사유 중 직업 관련 사유가 35.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인구 유출의 가장 주된 원인인 것입니다.

또한 교육 목적의 이동 비중도 12.7%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 평균인 9.2%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고등교육이나 진로 선택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교육을 위해 상경하는 청년층의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 시도 간 전출자의 86.8%가 '1인 이동' 형태로 조사되었습니다. 가족 전체가 이주하기보다는 취업과 진학이라는 개인의 목적을 위해 홀로 짐을 싸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라는 방증입니다.

③ 지역 전반으로 번지는 위기

인구 유출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의 행정구역인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현재 순유출 지역으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서귀포시의 경우 호남·제주권 시군구 중 40대 전출률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이는 20대 청년층뿐만 아니라 가정을 꾸리고 경제활동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할 허리층인 중장년층마저도 정주 여건이나 일자리 문제로 제주를 이탈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경고등입니다.

제주의 미래 성장 기반을 위한 제언

제주지역의 인구 유출 문제는 단순히 '거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는 표면적인 지표를 넘어, 지방 소멸과 지역 경제 붕괴로 직결되는 중대한 생존 과제입니다. 20대 청년층의 지속적인 감소는 즉각적인 노동력 부족을 야기하고 생산 연령 인구의 부재는 지역 내 소비 위축과 자영업 붕괴라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옵니다. 더욱이 청년층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져 인구구조의 악순환을 고착화할 위험이 큽니다.

제주가 활력을 되찾고 청년들이 머무는 섬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합니다.

▪ 관광업과 1차 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IT·BT 등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여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확충해야 합니다.

▪ 청년들이 로컬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창업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교육을 이유로 떠나는 발걸음을 잡아야 합니다.

청년들이 제주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제주가 당장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가장 최우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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