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고궁은?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 흥례문으로 들어서는 길목, 알록달록한 한복을 차려입고 해맑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제 서울의 가장 익숙하고 아름다운 일상 풍경이 되었습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 필수 코스는 명동에서의 쇼핑이나 강남의 현대적 도심 탐방, K-팝 아이돌의 흔적을 좇는 대중문화 투어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바람은 자못 경이롭습니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스크린과 음원으로 한국을 처음 접했던 전 세계인들의 호기심이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뿌리와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깊이 있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영상으로 한국을 접했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한복과 고궁, 박물관의 유물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2025년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4대 고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복궁, K-유산 관광의 독보적 중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은 총 688만 6,650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4년(644만 3,600명) 대비 6.88% 증가한 수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입니다.
2025년 경복궁 관람객 현황
▪ 총 관람객 수 : 6,886,650명 (전년 대비 + 6.88%)
-외국인 관람객 : 2,783,998명 (전년 대비 +37.34% 폭증)
-내국인 관람객 : 4,102,652명 (일상적 문화 공간으로 정착)
▪ 외국인 관람객 비중 : 전체 관람객의 약 40.4%
▪ 2024년 202만 7,087명이었던 외국인 방문객은 2025년 278만 3,998명으로 집계되어 1년 만에 무려 37.34%가 증가했습니다.
▪ 경복궁을 찾는 관람객 10명 중 약 4명(40.4%)이 외국인일 정도로 경복궁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찾는 대표적인 명소가 됐습니다.
동시에 내국인 관람객 역시 410만 2,652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경복궁이 단순히 외국인 전용 관광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수많은 시민들에게도 산책과 휴식, 역사적 스토리를 누리는 일상적인 문화·역사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팬데믹 이후의 가파른 회복 및 대반전 (2021~2025)
4대 고궁 전체 관람객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이후 기록적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체 관람객 추이: 2021년 383만 5,096명 → 2022년 805만 34명 → 2023년 1,140만 2,889명 → 2024년 1,272만 2,348명 → 2025년 1,426만 9,981명 (4년 만에 약 3.7배 증가)
▪ 외국인 관람객 추이: 2021년 5만 9,125명 → 2022년 50만 1,296명 → 2023년 191만 9,188명 → 2024년 306만 5,856명 → 2025년 409만 7,930명 (4년 만에 약 69.3배 폭증)
2021년 당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으로 국제 관광이 사실상 중단되었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시적인 반등을 넘어 한국 역사·문화 관광이 지속 가능한 대세 트렌드로 안착했음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5년 4대 고궁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람객(409만 7,930명) 중 약 68%가 경복궁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경복궁이 지닌 시그니처 아이콘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케 합니다.
박물관과 생태·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되는 관광 지평
고궁에서 시작된 문화적 열기는 전국 주요 박물관과 전시, 생태 및 여가 시설로 넓게 파급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 분석 결과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세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한 국립중앙박물관
가장 경이로운 성과를 거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2025년 한 해에만 650만 7,483명이 방문하여 전년 대비 무려 68.33%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박물관의 뒤를 이어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3위 수준에 해당하는 대기록입니다. '사유의 방'에 모셔진 반가사유상의 정적인 아름다움, 굿즈 상품의 세계적 히트, 다채로운 기획 전시 등이 어우러져 국내외 관람객을 완벽히 사로잡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킨텍스(594만 명)의 MICE 산업 활성화, 순천만국가정원·습지(479만 명)의 친환경 생태 관광 인프라, 강원랜드 카지노(247만 명) 등도 고른 성장을 보이며 한국 관광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주었습니다.
왜 '고궁과 전통'인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K-팝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보던 것에서 나아가 왜 직접 고궁에 찾아와 한복을 입고 거니는 것일까요? 이번 통계 분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는 K-콘텐츠'에서 '체험하는 K-라이프스타일'로의 전환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이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주로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에는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 인기 있는 관광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② 서울 도심 전통-현대 관광 클러스터의 시너지
경복궁은 독립된 공간에 섬처럼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광화문 광장, 서촌,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삼청동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밀집해 있습니다.
▪ 관람객들은 아침에 경복궁을 둘러본 뒤 서촌이나 삼청동의 고즈넉한 카페를 찾고,
▪ 오후에는 인사동에서 전통 공예품을 구경하거나,
▪ 밤에는 광화문과 종로의 노포 및 포장마차에서 한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즉, 단 한 번의 보행 동선 안에서 '전통 역사 + 현대 문화 + 맛집 + 쇼핑'이 모두 해결되는 완벽한 관광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도시문화 전문 매체 타임아웃(Time Out)이 서울 종로3가를 '2026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s)' 1위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한옥과 고궁이라는 전통적 자산과 오래된 노포·포장마차 레트로 문화가 현대 젊은 층 및 외국인 관광객들의 감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입니다.
경복궁 689만 명, 국립중앙박물관 651만 명이라는 수치는 대한민국 관광 산업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연간 6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모여드는 대표 문화 시설들은 이제 더 이상 일부 매니아층이나 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 혹은 특수 목적 관광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관광 산업 전체를 견인하는 최고 핵심 콘텐츠로 단단히 뿌리내렸음을 의미합니다.
현대적인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열쇠(Key)' 역할을 했다면 고궁과 박물관, 골목길에 깃든 고유한 역사와 문화유산은 한국에 오랫동안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매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K-콘텐츠의 유행으로 시작된 호기심이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으로 이어지는 지금, 한국의 고궁과 문화유산은 세계인을 품어 안는 유연하고도 강력한 글로벌 관광의 중심지로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