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재판의 대전환… 90%가 변호사 없이 싸운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사건을 위임하는 것은 오랫동안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복잡한 법률 용어와 까다로운 소송 절차는 일반 국민이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법정의 풍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 없이 당사자가 직접 소장을 작성하고 변론에 나서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 법조계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고공 행진하는 법률 서비스 비용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과 고도화된 전자소송 시스템의 보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발간한 공식 사법 통계와 실제 재판 현장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민사 재판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게 된 나홀로 소송의 현황과 그에 따른 명암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통계로 증명된 ‘나홀로 소송’의 압도적 확산 현황

대법원이 발간한 '2025 사법연감'을 비롯한 사법 당국의 누적 통계에 따르면 국내 민사 재판에서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비율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 사실상 보편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소액 사건의 장기적 추세 (2010년~2024년): 전체 민사 재판의 70% 이상이라는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사 소액 사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장기 통계에서 나홀로 소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약 80% 수준을 꾸준히 기록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전체 민사 사건 전수 조사 결과: 연간 총량 지표를 살펴보면 나홀로 소송의 집중도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전체 민사 사건은 총 78만 6,085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원고나 피고 중 어느 한쪽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진행된 사건은 무려 70만 5,567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체 민사 사건의 약 90%에 달하는 수치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민사 소송 10건 중 9건은 사실상 변호사 없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통계적 사실을 입증합니다.

대한민국 민사 ‘나홀로 소송’ 현황 통계 (2025 사법연감 기반)

나홀로 소송이 급증하게 된 구조적 원인과 배경

이처럼 일반 국민들이 법률 대리인을 포기하고 직접 법정에 서는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에는 경제적 요인과 제도적 인프라의 발전이 맞물려 있습니다.

1.변호사 수임료 및 소송 비용의 현실적 부담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단연 경제적 비용 부담이 지적됩니다. 현재 소송 금액(소가)이 3,000만 원 이하로 분류되는 민사 소액 사건의 경우 승소 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변호사를 선임할 때 발생하는 기본 수임료와 기타 행정 비용의 지출 규모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소송을 통해 최종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보다 변호사 선임에 드는 비용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당사자들이 직접 소송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2.전자소송 시스템의 정착과 보편화

과거에는 소장 접수부터 서면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법원에 직접 방문하여 처리해야 했으나 대한민국 법원의 전자소송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이제 일반 국민들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직접 소장을 제출하고 실시간으로 재판 진행 상황 및 상대방의 대응 서면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완비되었습니다. 이는 복잡하고 장벽이 높았던 법률 절차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획기적으로 간소화시킨 결과로 평가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촉발한 소송 준비 환경의 혁신

전자소송이라는 하드웨어적 기반 위에 '생성형 AI'라는 소프트웨어적 혁신이 더해지면서 나홀로 소송의 실행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AI의 법률 업무 지원 범위 확장: 최근 급격히 발전한 생성형 AI는 단순히 단어를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AI 플랫폼만으로도 법원에 제출할 소장 초안 작성, 법리적 주장을 담은 의견서 작성, 관련 핵심 판례 검색, 나아가 재판에서 전개할 소송 논리 정립까지 법률 전문가가 수행하던 다양한 초기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전문 법률 전용 AI가 아닌 일반 범용 AI 엔진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법률 문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기술적 평가가 실재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법 현장의 활용 사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소액 재판 현장에서는 수많은 소송 당사자들이 실제로 AI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손실을 입고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 30대 직장인의 경우 소송 착수 전 AI에 사건 개요를 입력한 결과 "법적 요건이 성립되는 사안이며 승소 가능성이 있다" 는 취지의 고도화된 분석을 확인한 후 직접 소송 조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률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이 소송의 정당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를 AI의 사전 분석 기능이 보완해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글로벌 트렌드 및 해외 주요국의 현황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현상의 확산은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며 사법 제도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게 나타나는 흐름입니다.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거나 의무화하지 않고 당사자 소송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국가들에서는 이미 나홀로 소송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경우 전체 민사 사건의 상당수가 법률 대리인 없이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최근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하여 법원에 제출할 각종 소송 서류와 증빙 문서를 자동 생성 및 검토하여 제출하는 기술 활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현지 사법업계에서는 미국 내 민사 소송의 나홀로 소송 비율이 이미 약 70% 수준에 육박해 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AI 의존형 나홀로 소송의 한계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

AI 기술이 사법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긍정적 측면이 명확한 반면 법률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검토가 결여된 AI 의존형 소송의 급증이 가져올 역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인한 법적 치명타

생성형 AI가 가진 고유한 기술적 한계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사법 영역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AI가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제 대한민국 법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법 조항을 만들어내거나 과거 대법원 판례집에 수록된 적이 없는 완전히 조작된 판례를 인용하여 그럴듯한 논리를 구성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법률 전문가의 철저한 교차 검증 없이 이러한 AI의 출력물을 그대로 법원에 제출할 경우 재판 결과에서 본인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소송 자체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불리한 진술 포함 및 사법 행정력 낭비

일반인은 AI가 작성한 문장에 숨겨진 법적 함의를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소를 목적으로 제출한 서면에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법적 귀책 사유나 요건 사실을 자백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논리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왜곡되거나 오류로 가득 찬 서면이 대거 법원에 접수될 경우 이를 일일이 심리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재판부와 법원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며 이는 곧 전체 국가 사법 시스템의 행정력 낭비와 재판 지연이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직결됩니다.

향후 과제 및 제도적 안전장치의 필요성

종합적으로 볼 때, AI 기술과 전자소송의 결합은 고비용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개개인의 사법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잘못된 인공지능 정보와 법리적 오류에 기반한 무분별한 소송의 양산이라는 사법 질서 교란의 위험성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조계와 정책 전문가들은 향후 AI 기반 법률 서비스 시장의 양적 확대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기술의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률적 안전장치 도입과 일반 이용자들이 AI 결과물의 오류를 식별하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공식적인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이 향후 사법 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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