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구 역대 최대치 기록
매달 날아오는 공과금 고지서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보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라는 말이 절로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팍팍한 살림살이와 변화하는 고용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가족의 형태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부부가 함께 일터로 향하는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가장 보편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고도 묵직한 사실들을 시사합니다. 젊은 부부들뿐만 아니라 은퇴를 고민해야 할 60세 이상의 어르신들까지 대거 일터로 뛰어들면서 맞벌이 가구 수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집집마다 일하는 부모와 일하는 노년이 가득해진 대한민국의 최신 고용 성적표를 구체적인 사실과 통계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맞벌이 600만 가구 시대… 역대 최고치 경신
202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 가구 수는 총 615만 3,000 가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6만 7,000 가구가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치에 해당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전체 가구 중에서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맞벌이 비중은 48.6%로 조사되어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하며 이 역시 최고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부부가 동시에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정이 늘어난 배경에는 날로 커지는 생계비 부담과 함께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그리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맞벌이 증가의 일등 공신은 '60세 이상 고령층'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실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세를 사실상 고령층이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연령별로 증가 폭을 분석해 보면, 60세 이상 맞벌이 가구는 170만 1,000 가구로 전년보다 6만 7,000 가구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늘어난 전체 맞벌이 가구 수가 6만 7,000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의 증가가 전체 증가 폭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 셈입니다.
반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변화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 30대 맞벌이 가구: 전년 대비 1,000 가구 증가에 그침
▪ 40대 맞벌이 가구: 전년 대비 8,000 가구 증가에 그침
▪ 50대 맞벌이 가구: 전년 대비 오히려 1만 가구 감소
60세 이상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이 확대됐습니다. 또한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사회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일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연령별로 보는 맞벌이 비중과 실제 가구 수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를 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젊은 층이었습니다. 30대의 맞벌이 비중이 63.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40대가 61.3%로 그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30대와 40대 부부 가구 10곳 중 6곳 이상은 맞벌이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비율이 아닌 실제 '가구 수' 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달라집니다.
실제 맞벌이 부부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연령대는 50대로 총 188만 7,000 가구에 달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이번에 급증한 60세 이상이 170만 1,000 가구로 많았고 40대가 162만 4,000 가구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맞벌이는 이제 젊은 부부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일반적인 모습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고령층에서도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녀 둔 가정 10곳 중 6곳은 맞벌이… 영유아 가정도 급증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부모가 모두 일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18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둔 가구 중에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비중은 60.4%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통계 역사상 처음으로 60% 선을 돌파한 기록입니다. 즉, 자녀가 있는 집 10가구 중 6가구는 부모가 함께 돈을 벌고 있다는 뜻입니다.
막내 자녀의 나이에 따라 맞벌이 비중을 나누어 보면 자녀가 자랄수록 일하는 부모의 비율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막내가 13~17세(중·고등학생)인 가구: 맞벌이 비중 64.5% (가장 높음)
▪ 막내가 7~12세(초등학생)인 가구: 맞벌이 비중 61.2%
▪ 막내가 6세 이하(영유아)인 가구: 맞벌이 비중 56.5%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녀가 아주 어린 6세 이하 영유아 가구의 맞벌이 비중이 1년 사이 3.3%포인트나 상승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손이 가장 많이 가고 육아 부담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맞벌이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기존의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가정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인 가구 820만 돌파… 청년은 '한파' 고령층은 '활기'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증가세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전체 1인 가구 수는 821만 5,000 가구로, 전년과 비교해 21만 2,000 가구가 더 늘어났습니다.
이 중에서 직업을 가지고 소득 활동을 하고 있는 취업 1인 가구는 519만 8,000 가구로 1년 동안 9만 8,000 가구가 증가했습니다. 다만, 전체 혼자 사는 가구 수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일자리를 가진 가구의 증가 속도가 미치지 못하면서 1인 가구 중 취업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63.3%)은 전년보다 0.4%포인트 소폭 하락해 취업자 증가세 자체는 다소 완만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1인 취업 가구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기에서도 연령별 극과 극의 흐름이 관찰됩니다. 60세 이상 혼자 사는 취업 가구는 1년 새 7만 1,000 가구나 늘어나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전체 연령대 중에서 취업하고 있는 비율 자체가 상승한 곳도 60세 이상이 유일했습니다.
반대로 15~2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취업 가구 비중이 0.7%포인트 감소하여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홀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마주한 고용 환경과 취업 여건이 여전히 차갑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반면, 고령층은 인구수 자체가 늘어난 데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나 홀로 경제활동이 지속적으로 활발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