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장 많이 오른 생필품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장바구니는 여전히 '다이어트'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이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이른바 '가격의 늪'에 빠진 생필품 시장의 현주소를 정리합니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농담, 이제는 '팩트'가 된 장바구니의 비명
퇴근길 마트에 들러 커피믹스 한 상자와 달걀 한 판을 집어 든 당신, 결제창에 뜬 숫자를 보고 눈을 의심한 적 없으신가요?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연일 발표하지만 우리 집 식탁 위의 물가는 요지부동입니다. 한 번 올라간 가격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내려올 줄 모르는 '하방 경직성'의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서민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달콤한 커피믹스조차 이제는 마음 편히 마시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된 2026년 초, 우리 장바구니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1. 멈추지 않는 상승세: 39개 품목 중 28개 "빨간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과 경기 지역의 420개 유통업체를 꼼꼼히 뒤져본 결과, 생활필수품의 가격표는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 평균 상승률: 39개 품목, 82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5% 올랐습니다.
· 품목별 온도 차: 조사 대상 품목의 약 72%(28개)가 가격이 올랐으며 단 11개 품목만이 소폭 하락했습니다.
2. '금(金)피믹스'의 등장: 상승률 TOP 10
가장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은 서민의 대표 기호식품인 커피믹스였습니다.
· 커피믹스 압도적 1위: 2024년 4분기 27,683원이었던 평균가가 2025년 4분기 32,262원으로 무려 16.5%나 폭등했습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재료인 원두 수입 가격이 37.1%나 치솟은 영향이 컸습니다.
주요 상승 품목 리스트: 고추장 (10.9% ↑), 햄 (9.3% ↑), 달걀 (8.9% ↑), 맥주 (8.6% ↑), 분유 (6.5% ↑), 맛살, 세탁세제, 과자, 아이스크림 등도 4~5%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3. "이름만 대면 아는 그 제품" 얼마나 올랐나?
우리가 즐겨 찾는 특정 브랜드 제품들의 인상 폭은 더욱 가팔랐습니다.
· 커피: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18.9%로 최고치를 찍었고,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역시 14.5% 상승했습니다.
· 반찬 및 장류: CJ제일제당 '스팸 클래식'이 9.3%, '해찬들 태양초 골드 고추장'은 13.6% 올랐습니다. 대상의 '청정원 순창 찰고추장'도 8.4% 인상되며 가계 부담을 더했습니다.
4. 가뭄에 단비? 하락한 품목들
다행히 모든 품목이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원재료 수급이 안정된 일부 품목은 가격이 내렸습니다.
· 식용유: 5.1% 하락하며 가장 큰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 기타: 두부(-3.2%), 참기름(-2.1%), 샴푸(-2.0%) 등이 하락군에 속했습니다.
· 맛김의 반전: 작년 내내 20% 가까이 치솟으며 '금김' 소리를 들었던 맛김은 4분기에 들어서며 -1.8%로 전환,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맛김은 작년 1분기 20.4%, 2분기 15.8%, 3분기 4.2%의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4분기에 들어 가격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재 상황을 '하방 경직성이 고착화된 시장'으로 규정했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빛의 속도로 소비자가에 반영되지만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어도 완제품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현상을 지적한 것입니다.
정부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시장에 고루 공급되는 환경 조성도 시급합니다.
단순한 가격 억제책 뿐만아니라 유통 구조의 개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