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선호하는 장례 방식은?

최근 국민들의 장례 방식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화장 후 자연장(自然葬)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5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희망하는 본인의 장례식 방식으로 '화장 후 자연장'이 30%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 조사 당시 '화장 후 납골당'에 이어 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순위가 뒤바뀐 결과입니다. 2위는 '화장 후 납골당'(26.7%)이었으며, '매장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했습니다. 아직 장례 방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17.4%였습니다.

자연장이 대중적인 관심을 끌게 된 주요 계기 중 하나는 2018년 5월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장례 방식이었습니다. 구 전 회장은 화장 후 평소 아끼던 경기도 곤지암의 '화담숲' 근처 소나무 아래에 묻혔습니다. 이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장, 그중에서도 수목장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꾸준한 자연장 장려 정책도 한몫했습니다. 정부는 자연장지 조성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하고, 공공법인이 땅을 빌려 자연장지를 만드는 것도 허용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연장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1월부터는 화장한 유골을 육지에서 5km 이상 떨어진 바다나 장사시설로 지정된 산에 뿌리는 것도 합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은 이미 '탈(脫)매장'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망자 중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비율을 의미하는 '화장률'은 올 3월 기준 93.9%(잠정치)에 달합니다. 2000년대 초반 20~3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사망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화장될 정도로 장례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집안에 선산이 있는 경우에도 화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경남에 사는 54세 도모 씨는 최근 처가 어른의 장례를 치르면서 고인의 시신을 화장했는데 1999년을 마지막으로 이후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은 모두 화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장례 문화 변화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힙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점입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대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지만 자식 세대에게까지 그 부담을 넘기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선산이 주로 지방에 있는 반면 자식들은 수도권에서 생활한다는 점, 핵가족화로 자식 수가 과거보다 줄어든 점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매장에 필요한 땅이 부족해진 현실도 큰 요인입니다. 적지 않은 공원묘지들은 이미 분양이 완료돼 더 이상 매장지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의 한 공원묘지 팀장은 평택에 있는 공립 묘지 3곳 모두 매장 부지가 가득 차서 지금은 묘지 이전이나 화장을 위한 개장만 하고, 신규 매장은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9%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조력 존엄사'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죽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은 16.1%에 그쳤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드러난 자연장 선호 확대와 조력 존엄사 도입 찬성은 단순한 장례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죽음을 바라보는 국민적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남은 가족의 부담을 덜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려는 흐름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죽음 문화를 선택할지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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