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士)자 직업’의 세계-누가 얼마나 벌고 있을까?
"우리 아이는 커서 뭐가 될까?"
세월이 흘러도 부모의 바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정된 수입과 사회적 명예를 지닌 전문직, 이른바 '사(士)자 직업'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선망 대상입니다.
의사·변호사·회계사 등으로 대표되는 이 직업군은 전문 지식과 윤리를 기반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는 동시에 높은 경제적 보상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자 직업'이란 이름 아래 모여 있는 이들의 세계는 단순히 부의 상징만은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 고도의 전문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공존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최근 통계와 함께 우리나라의 '사자 직업' 현황과 그들의 경제적 위상을 살펴보면 현대 사회에서 전문직의 의미가 어디까지 확장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자 직업'이라 불리는 전문직은 전통적으로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지칭하지만 오늘날 그 범위는 훨씬 넓어졌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수의사부터 법·경제·행정 분야의 판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 변리사까지 다양한 전문직군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고도의 학문적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실무 경험과 전문 교육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들입니다.
최신 통계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의사는 11만 2,321명, 치과의사는 28,392명, 한의사는 2만 8,214명, 약사는 7만 6,822명, 수의사는 2만 3,34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의료 관련 전문직만 따져도 총 27만여 명에 달합니다.
한편, 법률·경제 분야의 전문직은 총 약 12만 명 수준입니다. 변호사 3만 4,672명, 공인회계사 3만 6,107명, 감정평가사 5,047명, 세무사 1만 4,681명, 노무사 1만 1,231명, 관세사 2,201명, 변리사 2만 3,193명 등입니다.
이를 모두 합하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사자 직업인'은 약 39만 6천 명, 즉 전체 인구 5,130만 명의 약 '0.8%'에 해당합니다. 100명 중 단 한 명도 되지 않는 소수 집단이지만 이들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비율을 훨씬 상회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의사의 평균 연 수입은 4억 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공인회계사가 2억 2천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 등은 각각 1억 원 안팎, 변리사는 9천만 원, 약사와 관세사는 8천만 원 수준의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즉 상위 전문직의 평균 수입은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약 4,400만 원)의 10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소득의 세계' 뒤에는 극심한 경쟁과 구조적 변화가 존재합니다.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처럼 전통적으로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군들도 최근에는 인력 포화와 산업 변화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변호사의 수는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회계사는 자동화·AI 회계시스템의 도입으로 업무의 효율화와 동시에 전문성 재정립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의료 분야 또한 의사 수의 꾸준한 증가와 병원 간 경쟁 심화로 예전처럼 단순히 자격만으로 안정된 고소득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자 직업'이 여전히 선호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경제와 법 질서, 국민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신뢰직군(Trusted Professions) 으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소득이나 지위보다, 그들의 전문성이 사회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상징적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사자 직업'은 한국 사회의 엘리트 직업군을 넘어 지식경제 시대의 사회적 신뢰를 대표하는 직업군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화려한 이름 뒤에는 끊임없는 경쟁과 변화에 대한 적응이 요구되고 지식과 윤리, 그리고 책임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士)’의 품격이 완성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