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요소는?
교육은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문이자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제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학 입시 제도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0차 2025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화하는 대입 환경 속에서 국민들이 어떠한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하락세를 보였던 수능의 위상 회복과 공정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여전히 견고한 학벌주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향후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1. 수능의 귀환: 다시 1위로 부상한 표준화 시험의 신뢰도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대입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다시금 인정받았다는 점입니다. 응답자의 25.8%가 수능을 1순위로 꼽으며 지난 3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 변동 추이: 2018년부터 5년간 1위를 지켰던 수능은 2023~2024년에 '인성·봉사활동'과 '특기·적성'에 밀려 3위까지 하락했으나 2025년에 이르러 다시 최고 선호도로 회복되었습니다.
· 기타 요소: 인성·봉사활동(24.8%)과 특기·적성(23.8%)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수능에 1위를 내주었습니다.
· 고교 내신 성적은 2024년 20.2%에서 2025년 18.8%로 하락하며 학교 현장의 평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다소 약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2. 공정성, 대입 제도의 핵심 키워드
수능에 대한 선호도 상승은 국민들이 갈구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향후 지속되어야 할 고등교육 정책 1순위로 공정한 대입제도(26.3%)가 꼽힌 것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국민들은 고교마다 상이한 교육 여건과 주관적 개입이 불가피한 내신 평가보다는 전국 단위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시행되는 표준화된 시험(수능)을 더 객관적이고 공평한 선발 도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3.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
대입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반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관적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 학벌주의 전망: 응답자의 48.9%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답했습니다. 특히 '약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10.3%로 소폭 감소한 반면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34.4%로 나타나 학벌에 의한 차별이 더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 대학 서열화 전망: 응답자의 과반인 52.2%가 '변화 없음'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대학 간의 위계가 이미 사회 구조와 단단히 결합되어 있어 단순히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 견고한 틀을 깨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반영합니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공정성에 대한 갈망과 서열화에 대한 비관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수능의 안정적 운영: 수능이 다시 1위로 부상한 이유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치른다'는 정서적 신뢰 때문입니다. 난이도 급변(킬러 문항 등)을 방지하고 출제 평가의 투명성을 높여 공정성 체감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 내신 신뢰도 회복: 내신 비중이 감소한 것은 학교별 격차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절대평가(성취평가제)의 내실화와 교사 평가 역량 강화를 통해 학교 교육의 공신력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 권역별 공유 대학 확대: 특정 대학에만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를 깨기 위해 지역 거점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학점 공유 및 공동 학위제를 활성화하여 '대학 간 벽'을 낮춰야 합니다.
· 대학 지원 방식의 전환: 서열에 따른 차등 지원보다는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보편적 지원을 확대하여 대학 전반의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표준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 블라인드 채용의 내실화: 대학 간판이 아닌 실무 역량으로 평가받는 채용 문화를 민간 영역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합니다.
·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고도화: 학벌주의 전망이 비관적인 이유는 학벌이 곧 노동시장의 신호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교한 직무 역량 인증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 기회균등 전형의 실효성 제고: 단순한 시험의 공정성을 넘어, 교육 소외 계층이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사다리 정책을 강화하여 '결과의 정의로움'까지 고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5년 교육여론조사는 우리 사회가 처한 교육의 모순적 지점을 보여줍니다. 국민들은 대입의 '과정'에서는 수능과 같은 객관적 도구를 통해 철저한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입의 '결과'로 얻게 되는 학벌과 서열 구조에 대해서는 체념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교육 당국은 수능 중심의 공정성 확보라는 단기적 과제를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학벌주의의 고착화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 개혁과 대학 간 격차 완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설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