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영화 점유율 미국 영화에 밀려
대한민국 극장가의 지형도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봐도 충분한' 한국영화와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미국영화 사이에서 관객들의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라는 비정상적 특수 상황이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화 시장의 주도권이 외화로 넘어갔습니다.
한국영화의 고유한 서사적 매력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편리함에 잠식되는 사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덤이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습니다.
1. 숫자로 본 대역전극: 점유율 역전의 현실
지난 12월 29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KOBI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 집계된 국적별 점유율에서 미국영화가 한국영화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습니다.
- 미국영화 점유율: 41.4% (관객 수 4,345만 명)
- 한국영화 점유율: 41.3% (관객 수 4,328만 명)
한국영화 점유율이 58.1%에 달했던 지난해(2024년)와 비교하면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특히 개봉 편수 면에서 한국영화가 547편으로 미국영화(127편)보다 4.3배나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객 동원력에서는 밀렸다는 점이 한국영화의 위기설을 뒷받침합니다.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인 '주토피아2'(747만 명)와 '아바타: 불과 재'(403만 명)가 연말 특수를 누리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어 최종 집계가 완료되는 지난 31일에는 이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태입니다.
2. 한국영화의 '조기 퇴장'과 OTT로의 이탈
한국영화 점유율 하락의 결정적 원인은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다"는 관객들의 학습 효과에 있습니다.
- 승부: 3월 26일 개봉해 214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개봉 불과 한 달 반 만인 5월 8일 넷플릭스 공개가 확정되며 극장 관람의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 야당: 4월 16일 개봉 후 337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확장판 상영 등으로 시간을 벌었으나 결국 개봉 4개월을 채우지 못한 9월 8일에 OTT로 넘어갔습니다.
이처럼 흥행작들이 빠르게 안방으로 향하자, 관객들은 극장을 찾는 대신 구독 중인 OTT 플랫폼을 기다리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3. '압도적 스케일'로 승부하는 외화의 롱런
반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청각적 경험을 앞세운 외화들은 장기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 F1 더 무비: 6월 25일 개봉 후 524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영화가 한두 달 내에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것과 달리 무려 11월까지 극장 상영을 이어갔습니다.
- 기술특별관 선호: 특히 '아바타: 불과 재'는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전석 매진은 물론 4DX와 SCREENX 등 특수 상영관 객석률이 70%를 상회하며 대작은 극장에서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4. 틈새를 넘어 주류가 된 일본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대작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도 눈부십니다. 일본 영화 점유율은 2019년 1.0%에 불과했으나 올해 15.0%까지 15배 급증하며 한국영화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68만 명(박스오피스 2위)으로 한국영화 3위인 '좀비딸'(563만 명)을 제쳤습니다.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342만 명(박스오피스 6위)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8위 '야당'(337만 명)과 10위 '어쩔수가없다'(294만 명)를 앞질렀습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극장가는 서사 중심의 한국영화가 OTT라는 강력한 대체재를 만난 사이 대자본의 시각적 경이로움(미국영화)과 강력한 팬덤(일본 애니메이션)이 주도권을 쥔 형국입니다.
한국영화가 다시금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극장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