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교통사고 절반은 음주운전이 원인?
1980년대 대한민국의 도로는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동차 보급률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교통 법규 의식과 안전 문화는 미처 뒤따라오지 못했던 과도기적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의 음주운전 실태는 지금의 잣대로 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86년 12월 11일 자 조선일보 기사는 당시 서울지검의 교통사고 사례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1. '만취'를 넘어선 치명적 수치: 혈중알코올농도 0.35%
당시 서울지검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중대 교통사고 210건을 정밀 분석한 결과 무려 51.4%(108건)가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음주운전 사고자 108명 중 105명이 혈중알코올농도 0.35% 이상의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대폭 상회하는 것은 물론 의학적으로 인사불성이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는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운전자들은 이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2. 범죄를 은폐하는 2차 범죄, '뺑소니'와의 상관관계
음주운전은 사고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고 후 처벌이 두려워 도주하는 '뺑소니' 사고에서도 음주는 결정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검거된 뺑소니 사고 45건 중 55%에 달하는 24건이 음주운전자에 의해 저질러졌습니다.
3. 일상이 되어버린 상습 음주운전과 낮은 인식
무엇보다 우려스러웠던 지점은 운전자들의 평소 인식이었습니다. 당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61.6%가 한 달에 2~3회 이상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송년회 등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 사고가 집중되었습니다. 요일별 특징으로는 금요일과 토요일 등 주말을 앞둔 시점에 사고 발생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1980년대의 이러한 통계는 당시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에 대해 얼마나 위험할 정도로 관대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잘못된 온정주의와 미비한 단속 체계가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지금, 음주운전은 더 이상 단순한 실수가 아닌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중범죄'로 정의됩니다. 처벌 수위는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단 한 잔의 술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시민의 당연한 상식이 되었습니다. 1986년의 이 뼈아픈 기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교통안전이 과거의 수많은 희생과 반성 위에서 세워졌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