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충격적인 미성년자 통계
1978년 1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민병근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대규모 조사는 당시 한국 사회를 뒤흔들 만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전국 3,62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 청소년의 사회의학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 5명 중 1명(21.8%)이 카바레·고고클럽 등 청소년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유흥업소에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팀은 "유흥업소 출입이 청소년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일탈을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바라보던 시대인 만큼 이번 조사는 청소년 비행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당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료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6%는 유흥업소를 '자주', 15.8%는 '가끔' 유흥가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 호기심을 넘어 일상적으로 유흥가를 찾는 청소년층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남학생의 유흥가 출입률이 두드러졌는데
남학생: 28.5% (자주 9.2%, 가끔 19.3%)
여학생: 11.2% (자주 0.9%, 가끔 10.3%)
남학생이 두 배 이상 높았지만 연구팀은 "여학생 출입 비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수치였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흥가 출입률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후기 연령군(18~21세): 57.9%
중기 연령군(15~17세): 17%
초기 연령군(12~14세): 4.6%
더 놀라운 사실은 15세 미만 청소년 중에서도 남학생 8.4%, 여학생 3.7%가 유흥가 출입 경험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성년층 보호 제도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입니다.
지역별 양상 또한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도시 청소년: 30.9%
농어촌 청소년: 12.1%
경제·문화 환경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던 도시에선 청소년들의 유흥가 접근이 훨씬 쉬웠습니다. 또한 청소년 11.5%가 고고클럽에서 춤을 즐긴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자주'는 1.8% '가끔'은 9.7%로 집계됐습니다. 1970년대 후반 고고클럽 문화가 청소년층까지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지점 중 하나는 문제 학생과 모범 학생 간의 차이였습니다.
문제학생: 21.4% 출입 (남 29.9%, 여 5.6%)
모범학생: 10.7%
일반학생: 12.4%
즉, 문제 학생은 모범 학생보다 약 두 배 유흥가 출입률이 높았습니다.
더 나아가 청소년의 4.8%는 가발을 착용해 성인으로 위장하고 유흥가에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의도적 위장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컸습니다.
이번 조사는 1970년대 후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던 청소년 문제의 단면을 생생히 드러냈습니다. 외형상 강력했던 출입 규제가 실제로는 상당 부분 무너져 있었고 청소년 유흥 문화가 이미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입니다.
민병근 박사팀의 발표는 당시 언론과 사회의 큰 관심을 끌며 청소년 보호 정책 강화·유흥업소 지도 단속·가정 및 학교 교육 강화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