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대학생 가치관 조사-돈보다 명예!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인 1977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의식은 어떤 수준이었을까요?

1977년 동국대학교 통계학과(전종호 교수 지도)에서 전국 29개 대학 재학생 9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가졌던 낭만과 고민 그리고 시대적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조사 결과입니다.

1. 성공의 척도는 '부'가 아닌 '명예'

당시 대학생들에게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진학의 목적 또한 취업이나 스펙 쌓기가 아닌 풍부한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고 답한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건강(37.8%)학구(22%)를 꼽은 반면, 경제적 부귀영화를 우선시한 응답은 7.8%에 불과해 청년들의 선비 정신과 낭만이 돋보입니다.

2. 고독한 지성인, 그리고 현실 도피의 꿈

입시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의외로 깊은 고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스승과의 인간적인 대화를 갈구했지만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교수와의 접점을 찾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또한, 45.4%라는 높은 수치가 사회적 불만을 표현했으며 "지금 10만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51.9%) 여행을 가겠다고 답해 현실을 벗어나고픈 청춘의 갈망을 드러냈습니다.

3. 문학과 철학을 사랑했던 청춘들

도서관은 주 2~3회 방문이 일상이었으며 독서 취향은 매우 깊이 있었습니다. 남학생은 문학과 철학을, 여학생은 문학과 수필을 즐겨 읽으며 내면의 양식을 쌓았습니다. 신문을 볼 때도 남학생은 정치와 스포츠, 문화면에 관심이 많은 반면 여학생은 문화면, 사회면, 정치면 순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었습니다.

4. 유교적 전통과 변화하는 연애관

연애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연애결혼(49.3%)을 꿈꾸고 미팅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찾았지만 가치관의 뿌리는 여전히 유교적 성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86.6%라는 압도적인 인원이 "결혼 후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답했습니다.

남녀교제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63.8%였으며, '애인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1%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배우자와의 연령차는 3~4살을 선호했으며 배우자의 조건은 '건강과 가정환경, 학력'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다만, 혼전순결에 대해서는 남성에게만 관용적인 이중적인 잣대가 남아있던 과도기적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늘날의  대학 캠퍼스는 취업을 위한 치열한 전쟁터이자 효율성이 지배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이 기사 속 청년들을 만나보면 우리는 조금 낯설지만 뜨거웠던 '낭만의 시대'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는 10만 원이라는 작은 돈에 당장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던 선배 세대의 순수한 열망의 시대였습니다. 교수님과의 짧은 대화를 그리워하고 밤새워 문학과 철학을 논하던 그들의 고독은 지금의 우리에게 "당신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시대는 변했고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가족을 책임지려는 마음과 진정한 교양인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진심은 시대를 초월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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