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음악 영재 38인의 숨은 이야기
1975년, 조선일보사가 주최한 제25회 신인 음악회에 출연한 38명의 음악 영재들이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1975년 3월 26일 자 조선일보는 이들 음악 영재들에 대한 상세한 신상 정보를 기사화하며 대중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단순한 음악회 소개를 넘어,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했는지, 어떤 성향과 배경을 지녔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보기 드문 기록이었습니다.
제 25회 신인 음악회는 서울 명동 예술극장에서 열렸으며, 출연자들은 전국 15개 음악대학 졸업생 1,000여 명 중에서 선발된 수재들로 여성이 32명, 남성이 6명이었습니다.
출연자 중 90%는 재학 중에 장학금을 받았으며 대부분이 다양한 콩쿠르 입상 경력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연세대학교 유근수 양은 7번이나 입상하여 최다 기록을 보유한 인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들 절반가량은 이미 리사이틀이나 콘서트 무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신인들이었습니다.
음악을 시작한 시기는 초등학교 때가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 때가 11명, 중학교 7명, 유치원부터 시작한 경우도 5명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주요 계기는 ‘아버지의 권유’가 47%(18명)로 가장 많았고, 어머니의 권유는 3명에 불과해 가정 내 아버지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
이들이 선호하는 연주자 중에는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이 6명, 소프라노 테발디가 4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서덜랜드(소프라노), 칼라스(소프라노), 엣센바하(피아노)도 각각 2명씩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머지 22명은 각기 다양한 연주자를 지목해 개인적 취향이 뚜렷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진로 희망에 대해서는 22명이 국내 대학원 진학을, 14명이 외국 유학을 계획 중이었고 교육자가 되겠다는 응답은 단 3명에 그쳐 교육보다는 연주나 연구 중심의 진로를 원했습니다.
가정환경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아버지의 직업은 사업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수(6명), 공무원(5명), 상업(3명), 의사와 목사(각 2명), 기타(7명) 순이었습니다.
혈액형 분포도 언급되었는데 A형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B형(11명), O형(10명), AB형(2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당대 혈액형과 성격, 재능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1975년의 신인 음악회는 단지 실력 있는 젊은 음악도들의 무대가 아니라, 그들이 성장해온 환경과 가치관, 시대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회·문화 자료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