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도 연예인 납세 순위는?

1970년대 초반, 컬러 TV가 보급되기 전의 대한민국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생활은 영화 관람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들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고 그 인기를 가늠하는 가장 객관적이면서도 냉정한 기준은 어쩌면 국세청의 납세 실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동아일보 1971년 8월 12일 자에 국세청이 발표한 1970년도 2기분(7월~12월) 연예인 사업소득세 납세액 순위는 당시 연예계의 지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막의 제왕 신성일, '움직이는 중소기업' 증명

1970년 하반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연예인은 역시 배우 신성일 씨였습니다. 그는 359만 1천 원이라는 액수를 납부하며 전체 연예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2만 원 수준이었으니  15~30년치 연봉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작은 단독주택은 약 50만 원~100만 원 선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신성일 씨가 반년 동안 낸 세금만으로도 집 여러 채를 살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때는 한국 영화가 매년 수백 편씩 제작되던 전성기였으며 그 중심에 '신성일'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순위 역시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2위 문희: 311만 8천 원, 3위 윤정희: 250만 7천 원을 세금을 납부하면서 이른바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의 주역들이 상위권을 휩쓸며 스크린의 여왕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박노식(4위, 231만 4천 원), 신영균(5위, 195만 8천 원) 씨가 이름을 올렸으며 구봉서, 김지미, 허장강, 장동휘, 남궁원 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배우 부문 10대 납세자로 집계됐습니다.

가수 부문 1위 이미자, 배우와는 큰 소득 격차

반면 가요계의 여왕 이미자 씨는 가수 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나 납세액은 42만 1천 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배우 부문 1위인 신성일 씨와 비교했을 때 약 9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당시의 수익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영화 출연료 외에도 전속금 등 목돈을 만질 기회가 많았던 반면 가수들은 주로 공연(쇼)이나 방송 출연, 음반 판매 수익에 의존했으나 당시 음반 시장의 규모가 영화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입니다.

가수 부문의 주요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이미자: 42만 1천 원

2.김상희: 37만 6천 원

3.배호: 35만 2천 원

4.최희준: 28만 4천 원

5.패티김: 27만 8천 원

이 외에도 김상국, 정훈희, 박형준, 조영남, 이상열 씨 등이 가수 부문 고액 납세자 10인에 포함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1970년, 숫자로 보는 대중문화의 초상

1970년대 초반 한국 대중문화의 권력은 충무로(영화)에 집중되어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비록 가수 부문의 소득이 배우들에 비해 적게 나타났으나, 이미자, 배호, 패티 김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열악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전국적인 팬덤을 거느리며 가요계의 기틀을 닦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연예계의 찬란한 황금기였던 1970년, 납세액 순위표에 적힌 이름들은 곧 그 시대를 풍미했던 진정한 스타들의 명부(名簿)와 다름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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