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교직에 대한 만족도 조사
최근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뜨겁게 달구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선을 넘은 학생들과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무너진 교권을 거침없이 바로잡는 이야기를 담은 참교육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과 대리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교실이 마주한 교권 추락과 교사들의 깊은 좌절감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현실에는 저런 사이다 같은 해결책이 없다"는 교사들의 서글픈 한탄은 지금의 교직 사회가 얼마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교직에 대한 회의감은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 년 전, 우리 사회가 한창 압축 성장을 거듭하던 그 시절에도 교단은 이미 깊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전신이었던 대한교련(대한교육연합회)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3,3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교직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교사는 안정적이고 존경받는 성직(聖職)으로 여겨졌기에 조사 결과 역시 긍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당시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16% 대 84%, 교단을 떠나고 싶었던 교사들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자신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의 16%에 그쳤습니다. 반면 대다수인 84%의 교사들은 교직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업무 과정에서 무력감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교사를 벼랑 끝으로 이끈 3대 불만 요인
당시 대한교련 조사에서 교사들이 꼽은 가장 큰 고통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극심하게 낮은 보수 (경제적 빈곤): 당시 교사들의 급여 수준은 일반 기업체나 다른 전문직에 비해 턱없이 낮았습니다. 가정을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박봉에 시달리다 보니 많은 교사들이 생계를 위해 몰래 부업을 뛰어야 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촌지 등 금전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은 교사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약화시키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 사회적 지위의 급격한 하락: 과거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전통적인 교권의 위상은 근대화·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경제적 보상이 적은 교사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났고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고립감과 박탈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당시에는 노후 준비나 직업적 전망이 지금처럼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은 평생 교직에 몸담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교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악화되는 교육 환경과 과열된 입시 경쟁
경제적 문제 외에도 교사들을 괴롭힌 것은 당시에도 이미 심각했던 과열된 입시 경쟁과 과외 중심의 교육 풍토였습니다.
학교 공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할 교육 현장이 일류 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사교육(과외)에 밀려 공교육의 권위가 실추되면서 교사들은 교실에서 점차 무력한 존재로 변해갔습니다. 환경적 악조건 속에서 교사들은 교육자로서의 신념보다는 단순한 '입시 기능공'으로 전락하는 듯한 자괴감을 견뎌야 했습니다.
결국 오늘날 넷플릭스 안에서 통쾌한 '참교육'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은 50년 전 박봉과 지위 하락에 눈물짓던 1970년대 교사들의 절규와 본질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 교사들의 경제적 처우는 개선되었을지언정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괴물이 교단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직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물질적 보상이 아닙니다. 교사를 한 인간이자 전문가로서 대우하는 '사회적 존중의 회복'이야말로 우리가 50년 묵은 이 숙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일 것입니다.